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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뵙고 오는 길아버지 간병 2026. 1. 6. 17:11

머리에 감긴 붕대를 제외하면 외관은 평소보다 오히려 멀끔하셨다. 뇌의 운동을 멈출 만큼 수면마취를 강하게 걸어둔 상태였기에 곤히 주무시는 듯한 모습이었다. 주치의님께 간략한 현황을 듣고 이후 별도로 안내를 받아 아버지의 경과를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어제부터 관을 넣어 뇌에서 피를 빼내는 중이지만, 좌뇌의 출혈이 응고되어 아직 별다른 진전은 보지 못한 상황이다.
세로 6.5cm, 가로 3.7cm, 혈종 용적이 65mL로 운동 능력과 인지 일부, 시상 영역도 일부 포함됐다.
혈종이 시상 영역까지 침범했기에 의식이 회복되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한다.
병원에 수송되셨을 땐 이미 의식 상태가 5/15로 준코마 상태였고, 수술 시작 지점 일부 뇌실에서 재출혈이 발생해 잠시 영역이 더 넓어졌었다는 얘기까지 전해 들었다. 주민 분들이 마을 의자에 앉아계신 모습을 본 게 3시, 쓰러진 시간이 4시, 할아버지께 발견되고 병원으로 이송된 시간이 9시, 수술시간이 11시였으니 그 사이 피가 응고돼 상황이 악화된 듯싶다. 같은 동네에 지내고 계시던 삼촌 분의 얘기를 들으니 문고리가 부서져 있었다고 한다. 뇌출혈로 의식을 잃기 전에 문고리를 잡으며 버티다가 쓰러진 걸로 모두가 생각했다. 평소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지 않으신 게 화근이었나 싶다. 혈종의 크기가 커 전조증상 혹은 두통이 있었을 텐데 의식을 잃을 때까지 참으셨나 보다.
고비는 뇌에서 혈종을 빼고 난 후 부종을 가라앉히는 시기로, 약물로 부종이 잡히지 않으면 개복 혹은 뇌사를 결정하는데 개복은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들었다. 후유증과 인지/마비 여부는 재활의 경과를 봐야 확정 짓겠지만, 혈종의 크기로 볼 때 인지와 운동 수행 능력 면에서 이전처럼 온전한 상태로 돌아오는 건 힘들다는 취지의 소견도 함께 전달하셨다. 특히 부종이 가라앉는 1-2주 사이엔 인지 능력이 평소보다 극히 악화될 수 있으니 충격을 받지 않도록 마음을 강하게 먹으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작년 아버지와 나눈 레트로를 보면 모두 내 일 얘기다 3-4일 후 의식을 찾고, 4주까지의 부종 기간을 넘기더라도 이전같은 아버지를 뵙기는 힘들 수 있다고 여긴다.
어머니, 동생과 부종기까지의 1주일동안 병원 근처 모텔에서 지내며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허망하다는 생각만 든다. 떠나시기엔 너무 이른 연세다. 이전과 같지 않아도 좋으니 더 오래 아버지를 뵙고 싶다. 운이 따르기를 바란다.'아버지 간병'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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