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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
    아버지 간병 2026. 1. 8. 14:32

    아버지와 할아버지 두 분께서 지내던 집. 지어올리면서 꽤 많이 쓴 걸로 안다. 팔아도 1/4도 못받을 거라 예상한다.

     
    진주에 머물러야할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 숙소를 옮겼다.
    하루이틀이면 몰라도 일주일-한달 가까이 지낼텐데 나 한명 때문에 숙소비가 두배로 나가면 감당이 안되니..
    할어버지를 모실 겸 당분간 고모와 남해에서 진주까지 오가기로 했다.
    직장이 있던 상태면 방비를 내고 앉았겠지만 뭐.. 이럴 때면 다른 팀을 가더라도 눌러앉을 걸 그랬나 싶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의 K8s 24-node EDA-based Agent Cluster 이코에코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건재한 DIY 아궁이들과 새로 보는 셀프 비닐하우스

     
    오랜만에 방문해도 여전히 messy한 집이다. 집도 마찬가지지만 '굳이 이걸..?' 싶은 걸 직접 만드셨다.
    만들어 둔 아궁이도 여전한 걸 보면 생각보다 잘 쓰나 보다. 밥솥도 있으면서 저게 왜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향에 대한 향수가 강하셨던 만큼 어린 시절 익숙했던 물건들을 하나, 둘 만들어간 게 아닐까란 낭만적인 생각도 해본다.
    최근 작업하고 있다는 비닐하우스는 생각보다 투박했다. '드디어 농사를 지으시나' 싶었더니 위치와 형태를 보니 역시 본인 자아실현을 위해 만드신 듯 하다. 초기엔 분명 마당이 넓어보였는데 밭부터 비닐하우스, 아궁이 등 여러 DIY가 들어오니 입구 말곤 남는 공간이 없어졌다.
     

    여전히 귀여운 SM5. 나한텐 얘가 르망이다. 동갑이다.

    SM5 98도 여전하다. 삼성 자동차가 르노한테 팔리기 전에 계셨는데 당시 차가 하도 안팔려서 직원들한테 팔았다고 한다. 마침 딱 내가 태어날 시기기도 해 정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업어왔었단다.
    하루에 두세대인가 나왔다고 했나.. 그만큼 수작업(?) 비율이 높아 27년에 가까운 세월도 버티지만 IMF가 오자마자 르노에게 팔린 걸 보면 기구한 운명을 가진 모델이다. 본인의 메이저가 기계니 언제나 자동차 엔지니어에 대한 로망이 있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계열 법인이 생기자마자 옮기셨는데 그게 가세가 기울게 된 선택이 될 줄은 모르셨을 거다.
    퇴사해놓고 내빚내산으로 천만원 가량 깨면서 클러스터 메고 지내는 내가 할 말은 아니다.

    지내는 곳으로 추정되는 옥탑방. 역시 messy하다.

     
    저런 노트북을 어떻게 아직까지 쓰고 계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자기기를 좋아하지만 반도체는 반영구적이라고 믿으셨기 때문에 구형기기를 잘 버리지 않으셨다.
    물리적으로 CPU는 반영구적일 순 있다. 하지만 SW들이 20년 지난 CPU를 봐줄만큼 너그럽진 않기 때문에 사실상 HW의 수명은 SW가 얼마나 무거워지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윈도우가 있겠다. 이 얘기를 백날 해도 잘 안들으신다. 나야 컴퓨터쟁이니 매번 새 걸 사도 지원해 주셨다. 나도 참 염치가 없다.

    뒷마당, 여기가 채광이 잘돼서 사진이 잘나온다. 색감이 맘에 든다.

     
    오랜만에 남해에 오니 꽤 환기가 된다. 역시 풍경은 참 좋은 곳이다. 병원이랑 편의시설이 멀어서 그렇지..
    작업이야 클러스터에 붙을 맥북 에어 한대와 코드 짜줄 커서만 있으면 되니 어디서 해도 상관이야 없다.
    마무리하고 돈 벌어야하는데 참.. 어쩌다보니 경상남도 여행기가 됐다.

     
    문고리가 부서졌다는 게 이 홀더 얘기였나 보다. 저 홀더를 잡고 버티다가 의식을 잃으신 듯 싶다.
    향수가 가득한 풍경 속에 서늘한 흔적들이 잘도 숨어있다. 깨져서 다칠만도 한데 신체는 멀쩡하시다.
    오늘 면회에서 듣기로는 혈종이 잘빠지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제 응고된 건 다 녹아서 내일이면 모두 빼낼 수 있다고 들었다. 
    부종도 없고 약물이 주입됨에도 폐, 콩팥 등 다른 장기들도 건강히 잘버티고 있는 상태라 희망적이다. 뇌실 재출혈도 없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아버지의 장기들이 체급이 좋아 다행이다. 내일 CT를 살피고 양호하다면 마취를 풀고 의식을 확인해 본다고 한다.
    손실된 뇌신경이 모두 회복되진 않겠지만 절망적인 상황까지 가진 않을 듯 싶다. 어디까지 영향을 미쳤을지가 걱정이다.
    당분간은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서울에서의 독기도 빼낼 듯 싶다. 무슨 은퇴한 50대가 쓴 글 같지만 20대 후반 8개월차 주니어다.
    요즘 좀 빨리 늙는 기분이다. 신체보다 멘탈을 먼저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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